"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흥왕(興旺)할 기회-제국신문(1903. 4. 9)

관리자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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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왕(興旺)할 기회

 

 

제국신문 1903. 4. 9

 

 

옛말에 거문과와 비파가 율에 맞지 아니하면 반드시 줄을 갈아내고 판을 다시 꾸민 후에야만 소리가 합한다 하였나니 나라를 다스리는 정사가 또한 이와 같아 법률이 문란하고 국세가 위태하기가 심할 지경에 이른 후에는 반드시 그 정책을 변해 새 판을 한 번 차려 보아야 가히 다스림을 바랄지니, 이는 옛적 우리끼리 살 때에도 옳은 법이라 하였거늘 하물며 지금은 전고에 없이 만국이 일제히 변혁하는 시대라 한 지구 위에 동서남북을 물론하고 나라마다 역력히 헤아릴진대 변혁하기를 주장한 나라는 흥왕하고 변혁하기를 물리친 나라는 쇠약하였나니 이는 우리가 지어서 하는 말이 아니고 그러할 듯해서 짐작하는 말도 아니며 각국 글로 번역해 어린 아이들이 공부하는 세계사기를 보아도 역력히 기재하였고 또한 지금 각국 남녀노소들이 일류로 생겨 가지고는 모를 사람들이 없는 바니, 이 일에 구태여 한두 가지 증거를 말할 것도 없고 또한 말하지 않아도 거의 다 짐작하느 바이니 지금 우리나라는 이 시대를 당해 두 가지 길을 질정하고 나갈 삼거리 어귀에 있는지라. 이왕 지내온 길을 버리고 앞에 동서 두 길을 분간해 행할 터인데 이 길을 당한지 이미 수십 년이 되었으되 아직도 종시 정한 방향이 없어 서로 두어 걸음 나가다가 어려울 듯하면 도로 퇴축하고 동으로 가려한즉 이는 세력에 할 수 없는 줄을 알고 생의도 못하며 혹 뒷걸음도 간간히 쳐보아 당장 엉거주춤하고 사세에 부대껴 어찌 할 줄을 모르고 지내니 부지중 사정은 점점 심해 오늘날에 이르러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되었는지라. 고금천지에 쇠해 잔약한 나라도 많았고 위태한 나라도 무수하였거만 쇠하고 어지럽고 위태한 나라가 처한 오늘 사정같이 심한 자 어디 있으리오.

 

이렇듯 문란하고 위급한 연고를 말할진대 그 폐단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전후로 병든 근원을 이루 다 말할 수 없거니와 그 정하지 못한 연고라. 시대를 맞추지 않고 내 주의만 고집함은 비컨대 큰 바다에 조수가 미는 중에 일엽소견으로 홀로 거슬러 나가려 하거나 혹 편안히 닻을 내리고 서고자 함과 같아서 필경에 표풍(飄風 : 회오리 바람)을 만나면 파선함을 면하지 못할 터이나 저 무수한 선척들과 함께 물결을 따라 내려 갈진대 힘들이지 않고 숨히 따라갈지라. 아직까지 이 물결을 따르지 않는 고로 이렇듯 어려움이라.

 

그 물결인즉 새 법을 행하는 것이니 새 법을 행하기에 수십 년 열력(閱歷 : 경력)을 지내면서 무수한 곤경을 겪어 지금 이렇듯 극한 지경에 이르고도 종시 의심을 놓지못해 동서로 방황하는 중에서 이 경우를 당하였읜 지금은 그 중에서 경력이 생기게 된지라. 속담에 한 번 낭패한 것은 이후에 잘 될 근원이라 하였나니 일후에는 좋은 새 법을 얻어 다시는 낭패할 길로 아니 들어갈 경력이 생기는 연고라.

 

그 사이 얼마 동안은 정부의 몇몇 대관이 홀로 맡아 독단해 본적도 있고 한참 동안 러, 일 양국이 약조하고 대신을 추천하는 데 속으로 간여도 해 보았고 혹은 외국인에게 의지도 해 보았고 옛적 선왕조 등록도 한참 숭상할만치 해 보았으되 하나도 효험은 보지 못하고 점점 어지럽고 어려워 지금은 더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은즉 이것이 하나도 고황('고'는 심장의 아랫부분 '황'은 심장의 윗 부분으로 이곳에 병이 들면 낫기 어렵다 함)에 든 병을 고칠 명약이 되지 못할 줄을 소상히 짐작할 경력이 생긴지라. 

 

위에 말한 바와 같이 거문고와 비파의 소리가 나지 않음과 같은즉 기왕 버리게 된 후에는 어찌 급히급히 줄과 판을 새것으로 갈아내지 아니하리오. 이 새것인즉 다름 아니라 새 법을 세워 만국이 같이 나아가는 새 길로 향하기를 질정하는 낙이 있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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