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모두 자취(自取)하는 일 (1)-제국신문(1903. 3.28)

관리자
2018-01-15
조회수 2389

모두 자취(自取)하는 일 (1)

 

 

제국신문 1903. 3.28

 

 

작일 일본보 번역한 말은 응당 우리신문 보시는 이들은 다 보았을 듯하나 혹 보고 개탄한 이들도 있을 터이고 혹 창자가 터질 듯한 이도 있었을 터이며 혹 무심히 알 이도 있었을 터이고 혹 우습게 알고 부질없이 알 이도 있을 터이나 지금 세계 각국 중에 조금만 있다는 나라들은 학문 가르치기에 열이 나고 군사기르고 늘리기에 열이 나고, 군함을 더 많이 만들기에 열이 나고, 남의 나라 이익 빼앗기에 열이 나고, 남의 나라 방방 곡곡을 유람하기에 열이 나고, 내 백성을 남의 나라에 이사시켜 번식하기에 열이 나고, 외국에서 사는 내 백성 보호하기에 열이 나서 강하고 밝은 자 이기고 약하고 어두운 자 패함은 자연한 이치라.

 

지금 세상을 당하여 어둡고 약한 자의 위급함이 가히 조석에 있는 것은 사람마다 아는 바니 구태여 설명할 바 없거니와 작일 신문에 일인의 말한 것을 본즉 한국을 아주 자기네 나라로 알고 도리어 러시아가 북방에서 기초닦은 것을 걱정하고 어서어서 더 많이 나와 러시아에게 빼앗기지 않게 하라고 권면하였으니 남은 남의 나라까지도 남에게 빼앗길까 염려하거늘 우리는 내것 가지고도 남이 빼앗는 것을 걱정하는 일도 없고 빼앗기지 않을 방책하는 법도 없으니 인심이 좋아 그런 것도 아니요, 방책이 없어 그런 것도 아니요, 다만 관민상하가 자포자기하여 나라의 존망을 심상히 여기는 까닭이라.

 

그러나 저 사람이 우리에 대하여 저렇게 야심먹는 것을 대단히 시비하고 틀리게 알 사람이 많을 듯하되 또한 과히 책망하지 않을 이유가 있으니 가령 세력 있는 내 나라 사람들도 내 나라 잔미한 백성의 재물도 빼앗는데 하물며 타국 사람이 타국에 대하여 무슨 사정을 둘 의무가 무엇에 있으리오. 내가 내 일 잘못하는 것만 한탄할 따름이라. 비유컨대 타 동리 사람들이 본래 교활하여 잡기를 잘한다든지 오입에 능란하여 다른 동리로 다니며 유언자대(諛言自大 : 아첨하는 말을 하여 자기 스스로 잘난 체함)하여 주색잡기로 남의 재산을 잘 빼앗는 자들이 내 동리에 들어와서 이웃집 친구를 꾀어 재물을 빼앗으려고 할 때에 조금 지각 있는 이웃사람이 백반 만류하되 종시 듣지 아니할 지경이면 만류하던 친구가 배심이 나서 생각하기를 저 친구는 필경 타동리 남의 손에 패가하고야 말 터이요, 그 친구가 결단나면 저 놈들이 또 우리집 자녀를 유인하여 갈 터이니 차라리 동리 친구에 포진천물(暴殄天物 : 물건을 아까운 줄 모르고 마구 퍼버리거나 아껴 쓰지 않고 함부로 버리는 일)하는 그 좋은 전장과 그 좋은 세간을 내가 취할지언정 결코 타 동리 놈에게로 돌려 보낼 수 없다 하고 무슨 계책을 행하든지 내것을 만들기로 주의할지니 어찌 그 사람을 과히 책망하리오.

 

지금 천하형세가 첫째 인종 싸움이라. 백인종이 타색인종을 능모(陵侮 : 오만한 태도로 남을 업신 여김)하여 쓸어 밟아 나오는 기세가 대단하여 백인종 접촉하는 곳마다 타색인종이 소멸하지 않은 곳이 없는 바에 그 중 황인종이 한, 일, 청 삼국에 제일 많아서 아직 부지하는 모양이니 삼국이 동심합력하여 이와 입술같이 서로 의지하여 전에는 필경 백인종의 손에 짓밟히고 화를 면하지 못한 것은 세상에 귀있고 눈있는 사람은 다 알 바라.

 

그런고로 일본이 먼저 깨어 한, 청, 양국 사람의 깊이 든 잠을 깨우려고 미상불 얼마쯤 애쓰고 주선하는 모양이러니 한, 청 양국은 갑창(甲窓 : 미닫이 안쪽에 덧 끼우는 미닫이)을 굳게 닫고 동방이 밝은 줄을 모른즉 러시아는 한, 청 양국의 인후(咽喉)되는 만주를 누르고 영, 불, 독 여러 강국은 청국 수족되는 서남방을 붙잡았으니 일본 형세로 되어서는 가난한 사람 따라 굶을 리도 없고 타 동리 사람의 내 동리 친구의 흩어 버리는 재물 가져가는 데 구경만 할 리 없는지라.

 

지금 우리 형세로 볼진대 누가 무엇이든지 청구하여 한 번 개구(開口 : 문을 열면)만 하게 되면 허급(許給 : 허락하여 줌)하나니 소위 고문관, 교사, 기사, 교원 등 외국사람을 무엇에 쓰는 것인지 매삭 삼사백 원 오육백 원씩 주는데 우리나라에는 조금도 이익이 없고 다 각기 자기나라 일들 해가는 사람들이요, 고문관에게 한 가지 일을 물어서 시행하여 보았다든지 광학국기사가 광산 일 한 가지 하여 보았다든지 기계창고용인이 무슨 기계 한 가지 만든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으며 외국사람은 언필칭(言必稱 : 말을 할 때마다 반드시) 약조를 차차 시행하되 외국인이 잘못하는 데는 우리가 약조 시행하였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으니 약조는 그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니거늘 어찌하여 그 사람은 시행하고 우리는 쓸데 없나뇨?

 

근일에 일공사가 약조를 핑계하고 낙동강 수세를 혁파하라 하매 즉시 혁파하고 겨우 이 원에서 연강 여각주인을 내어 수세하려다가 또한 일공사가 혁파함을 청하면서 약조 어기고 수세 마련한 경위 총관까지 징계하라고 하매 또 혁파하였고 영남 우피도고를 또 일공사의 말 한 마디에 혁파하였으니 설시하기는 어찌하였다가 혁파하기는 어찌 그렇게 쉽게 하는지 모르거니와 그것 혁파하지 않는다고 개정될 리 없고 고문관 고빙(雇聘 : 초빙해서 고용함) 않는다든지 속빙(續聘 : 계속 고빙함) 않는다고 군함 나올 리 만무하거늘 누가 이익있다고 말하게 되면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누가 시비를 하든지 원망이 있든지 내 백성이 말하는 것은 관계치 않고 시작하였다가 외국사람이 한 마디만 하면 시행하니 그렇게 어수룩한 나라에 와서 무슨 일을 못하리오.